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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중년생활

50대에 마주한 난소 절제 수술과 자궁근종 제거

by @알파부시 2023.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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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엄마가 자궁에 혹이 생겨 '자궁 적출술'을 받았다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 가족력은 질병에 있어 매우 중요한 발병 원인 중 하나일 수 있다는 것을 익히 들어왔다. 그러나 '이렇게 빨리?' 하는 준비 안된 자의 당혹스러움은 늘 있기 마련이다.  50대가 되어 신고식 하듯 치러진 첫 수술 끝에 나는 세월에 순종하게 되었고 이만큼이라도 버텨 준 내 몸에 고맙다고 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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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과정

22년 11월 중순 경에 건강 검진을 받았다. 자궁근종이 다수 발견되었으니 산부인과 진료를 받아 보라는 의사의 소견이 있었다. 난소에도 물혹이 있으나 3cm로 아직 양호한 듯 하니 꾸준히 지켜보자는 말과 함께. 직장에서는 연말이 다가오고 1년간 집행할 예산을 받아 놓고 다 사용하지 못한 만큼을 집행하기 위해 때 아니게 분주했다. 바쁜 일과에서 재검진을 위해 시간을 빼기가 쉽지 않았다.

 

그렇게 미루다 12월 중순이 미처 못 되었을 즈음 검사를 받게 되었다. 검사 결과, 자궁근종은 건강 검진 때와 달라진 것이 없었지만 난소는 약 7cm로 자라 있었다. 난소 물혹은 간혹 자랐다가 자연소멸하기도 한다고 한다. 담당 의사는 내 몸속의 물혹의 모양이나 크기가 시간을 지체하면서 지켜보기에는 좋지 않다고 했다. 그는 물혹이 있는 쪽의 난소를 잘라내고 자궁근종은 복강경으로 제거하는 게 좋겠다고 했다.

 

예약을 했지만 연일 주말근무, 야근에 체력이 약해져서인지 코로나19에 확진되었다. 결국 수술은 연기되었다. 처음으로 코로나19에 걸린 나는 홍역에 걸린 듯 심하게 앓았다. 회복 후에는 4kg가량 몸무게가 줄었다. 업무에 복귀한 후에는 밀렸던 일에 또 야근이 계속되었다. 조직의 특성상 상사의 직, 간접적인 압력에 수술을 선뜻 예약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연말이 다 되어 겨우 수술 예약을 하고 병가를 냈다. 

 

수술에 관한 이야기

수술에 대한 자세한 사항을 시간 순서대로 풀어 보았다.

 

♠ 수술 하루 전

저녁 5시에 입원소속을 밟았다. 즉시 수술 부위에 대한 검사가 이루어졌다. 나를 담당한 대표원장은 부재중이었다. 부원장에게 검사를 받는데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다. 초음파 검사를 하는데 전문가가 아닌 내가 보아도 야구공만 하다던 혹이 화면에 보이지 않았다. 의사는 한참을 찾더니 처음으로 나를 검사했던 또 다른 부원장을 불러 직접 초음파 검사를 하도록 했다. 그 의사도 한참을 찾더니 물혹이 터진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터진 물혹 속의 액체가 골반에 고인 것 같다며 보여 주었다.

 

머릿속이 복잡했다. 물혹이 터지면 문제가 커진다는 글을 인터넷에서 봤던 기억도 나면서 당황스러웠다. 수술 예약이 지체되면서 제일 우려했던 일이었다. 어떤 결정도 없이 나는 병원 입원 절차를 밟기 위해 진료실을 나왔다. 간호사에게 수술비용이나 전반적인 수술과정 등을 들었다. 그리고 수술 서약서 같은 서류에 서명도 한 것 같았다. 심란한 마음에 간호사의 설명에 집중하지 못했다. 

 

♠ 수술 당일

입원실은 2인실이었다. 다소 좁고 답답했다. 오전에 원장에게 다시 검사를 받았다. 그는 물혹이 터졌다며 어제 부원장과 같은 말을 했다. 그리고는 복강경을 통해 난소 부위를 들여다 보고 예정대로 난소를 절제할지 말지에 대해 직접 결정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보아 온 대표 원장다운 말이었다. 자신감 있는 말투에 신뢰가 갔다. 오후 2시쯤 간호사가 방문해 곧 수술할 거라고 했다. 수술 시에 양쪽 옆구리, 배꼽, 생식기 바로 위, 이 4군데를 각각 1cm가량 절제한다고 했다. 절제한 틈으로 기구를 넣어 안을 들여다보면서 수술을 한다고도 했다. 그리고는 배와 생식기 주변에 있는 털을 꼼꼼하게 깎았다. 주로 털에 세균이 많아 수술 시 세균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서란다. 이런 궂은일까지 하는 젊은 간호사가 경이로웠다.

 

머리에는 일회용 모자를 쓰고 나는 침대에 누운 채 수술실로 옮겨졌다. 드라마에서만 보던 바퀴 달린 침대에 누워 수술실로 이동하는 기분은, 뭐랄까 뜬금없지만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수술실에는 수술 담당의사를 제외한 남자 2명, 여자 3명이 분주하게 수술 준비를 하고 있었다. 키가 크다면서 좀 더 아래로 내려가라는 말과 마취를 시작하겠는 말을 끝으로 나는 어둠에 잠겼다.

 

♠ 수술을 마친 후

마취에서 깨자마자 나는 이빨에서 '딱딱' 소리가 날 정도로 사시나무 떨듯 떨었다. 간호사들은 이불을 꽁꽁 싸매며 수술실은 세균방지를 위해 다른 곳보다 기온이 낮다고 설명하는 듯했다. 수술한 부위는 어찌나 아프던지 추위로 몸을 떠느라 정신없는 것이 다행일 정도였다. 진통제가 링거를 통해 들어가면서 고통이 잦아들자 입원실로 옮겨졌다. 무통을 위한 항생제가 몸속에 들어오니 속이 울렁거렸다. 그리고는 잠에 취한 듯 계속 자다 깨다를 반복했다.

 

왼쪽 옆구리에는 오줌 호스가, 오른쪽 옆구리엔 피 주머니와 연결된 호스가 꽂혀 있었다. 왼쪽 손목에는 링거와 연결된 바늘이 꽂혀 있었다. 그게 아니라도 나는 꼼짝할 수가 없었다. 수술한 부위가 너무 아프기도 하고 기운도 없었다. 신랑은 나의 수족이 되어 주었다. 간호사들은 수시로 입원실에 들어왔다. 밤이고 새벽이고 대중이 없었다. 잠을 잔 건지 깨어 있는지 헷갈렸다. 수술은 잘 되었다고 한다.

 

나중에 들은 얘기에 따르면, 초음파로 보았던 난소는 터졌지만 뒤쪽에 큰 혹이 하나 더 있었다고 한다. 의사는 신랑을 수술실에 들어오게 했고 화면을 보여 주면서 설명해 주었다고 한다. 그리고 창자가 그물 같은 물질에 쌓여 서로 유착되어 있었다고도 했다. 그 그물 같은 물질을 다 잘라내고 제거하는 모습도 보았다고 했다. 그동안 위장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소화가 안되고 가스가 차고 늘 더부룩했던 이유가 속 시원히 밝혀졌다. 원장은 이제는 소화도 잘 될 거라고 했다고 한다. 약속대로 그는 들여다보고 판단해 난소를 절제했고 자궁근종은 혹만 제거했다. 듣던 대로 그는 이 분야의 명의 같았다.

링거, 피주머니, 소변호스 찬 모습

♠ 수술 후 하루 경과

아침부터 미음이 나왔다. 미음은 죽보다 묽은 쌀뜬물 같은 것이었다. 이 날부터는 바퀴 달린 링거를 끌고 겨우 화장실 정도 갈 수 있었다. 물론 보호자가 부축한 상태에서다. 잠은 여전히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환자를 꼼꼼히 확인하려는 친절하고 성실한 간호사들 덕분이다. 신랑도 덩달아 잠을 잘 못 잤다. 아니 환자인 나보다 더 힘들었으리라. 잠은 못 잤지만 나는 꼼짝 않고 누워있는 그 시간이 좋았다. 오랜 직장생활에 온전히 쉴 시간이 없었다. 주말엔 집안일에, 밀린 운동에, 초과근무까지 하다 보니 다 내려놓고 쉰다는 것은 있을 수 없었다. 아프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다른 사람들의 시중을 받으며 누워 있는 하루가 너무 소중했다.

 

♠ 수술 후 이틀째

호스로 연결된 소변 주머니를 제거했다. 수술 부위는 아프고 당기지만 호스를 하나 제거해서 훨씬 홀가분하게 움직일 수 있다. 오늘 중으로 방귀를 뀌라고 한다. 방귀를 뀌게 되면 식사를 미음에서 죽으로 바꿔 준다. 태어나서 방귀 한 번을 뀌기 위해 그렇게 노력한 적이 있었을까? 요가 자세도 해보고 입원실 복도도 왔다 갔다 하며 노력했다. 같은 날 수술을 받은 같은 병실 환자는 이미 방귀를 뀌고 죽을 먹었다. 저녁이 다 되어 겨우 방귀를 뀌고 죽을 먹기 시작했다. 

환자 주의사항 안내문, 항생제와 연결된 링거 사진

♠ 수술 후 사흘째

오늘 링거를 제거했다. 수술 후 일정대로라면 오늘까지 대변을 보아야 한다. 대변까지 보면 식사가 죽에서 밥으로 바뀌고 장운동을 제대로 시작한다고 한다. 같은 방 환자는 이미 아침부터 목표를 달성한 것 같았다. 좀 부러웠지만 나도 곧 소식이 오겠지 하며 기다렸지만 밤이 되어도 내 뱃속은 감감무소식이었다. 짬짬이 운동도 하고 온라인 강의도 들으면서 알차게 시간을 보냈다. 링거는 뗐지만 피주머니는 여전히 달고 있었기 때문에 움직임은 여전히 부자연스러웠다. 수술 부위에서 계속해서 호스를 통해 피가 흘러나왔다. 여전히 샤워는 하지 않고 머리를 감고 세수하는 것에 만족했다.

 

♠ 수술 후 나흘째

아침식사 전에 대변을 보았다. 아침식사 후에 또 대변을 보았다. 태어나서 하루에 2번 대변을 본 경험은 처음인 듯 했다. 원장의 말대로 소화가 잘 되고 있는 걸까? 유착된 장들을 제자리로 떼어 놓아 그런지 속이 편하고 몸이 가벼운 듯했다. 11시경에 대표원장이 초음파 검사를 하며 경과를 확인했다. 여전히 피주머니는 차고 있어야 했다. 가벼운 운동도 하고 노트북으로 글을 쓰는 등 조금씩 내 일을 할 수 있어 좋았다.

 

♠ 수술 후 닷새째

오늘은 피주머니를 제거하는 날이다. 오른쪽 옆구리를 통해 수술 부위로 깊숙히 넣어둔 호스를 제거하고 꿰맸다. 몸속에 있는 긴 호스를 제거할 때의 느낌은 매우 불쾌하다.  이제 몸에 붙어 있는 의료도구는 다 제거되었다. 담당의사는 이틀 후면 퇴원해도 된다고 했다. 오늘 꿰맨 자리의 실밥은 일주일 후에 제거하러 다시 와야 한다. 보험회사에 제출할 서류는 퇴원하면서 발급 받으려 했지만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한다. 남은 하루는 최대한 여유를 즐기고 싶다. 원인이야 어찌됐든 내겐 황금같은 휴식시간이다.

 

이상으로 직접 겪은 난소물혹으로 인한 난소 절제와 자궁근종 제거 수술(복강경)에 대해 시간 순서대로 적어 보았다. 누구든지 처음으로 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되면 두려울 수 있다. 이 글이 조금이라도 그런 분들에게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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