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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중년생활

직장생활 7년 만에, 현실로 다가온 직장상사 갑질!

by @알파부시 2023. 3.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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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상사 갑질이란 

매스컴이나 인터넷에서 흔히 보고 들었던 '직장상사 갑질'을 직접 경험하니 직장생활 하루하루가 지뢰밭을 걷는 기분이다. 직장생활 7년이면 이제 어느 정도 조직생활에 맷집도 생겼고 업무능력에 있어서도 안정기에 접어든 시기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내게 입사 후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상사 갑질'은 조금씩 심신을 병들게 했다. 이제 그 이야기를 꺼내보려 한다. 소심한 고발이랄까...

 

작년 말에 인사이동으로 우리 부서에 유명(?)한- 나중에 들었다 - 그가 왔다. 내게 더 혹독한 겨울이 되었다. 새 상사로 인한 스트레스와 과로로 병이 났고 결국 수술을 해야 했다. 물론 단지 그 때문이라고 단정 짓지 못할 수도 있다. 그동안 누적된 것이 공교롭게 그때 발병된 거라고 혹자는 반박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안다. 내 몸의 변화를. 나이가 들면 들수록 스트레스나 환경의 변화와 강도에 따라 내 몸이 반응하는 정도를  민감하게 잘 느끼게 되었다. 세월만큼 조금씩 피로나 스트레스 등이 누적된 것이 하필 이때 발병한 것은 이때 더욱 힘들었고 그래서 몸이 약해졌기 때문이었다. 

 

2019년말 이후 3년간 한 번도 걸리지 않았던 코로나19도 그가 온 후 2주 정도 후에 어이없이 걸렸다. 평소에 아프기 전에 컨디션 조절하는 것도 직장인의 의무자 능력이라고 생각해 왔던 나이기에, 평소에도 감기몸살도 잘 걸리지 않았기에, 코로나19에 전염된 것을 알았을 때는 너무 허탈했다. 그 이후 내 생애 최초로 병으로 인한 수술까지 했고 보름 정도를 누워 있어야 했다. 아쉽게도 사람의 심적 고통은 데이터로 나타낼 수 없다. 대신 건강이 지표가 되어준다.

 

갑질은 폭력, 그 이상이다

 

직접 물리적으로 타격을 가해야만 폭력이 아니다. 그는 물리적인 폭력 이상을 내게, 부서 직원들에게 가해 왔다. 직접적인 인과관계만 증명할 수 없을 뿐, 그는 매일 10시간 가까이 내 몸과 마음을 찌르고 때렸다. 집에 가면 새벽마다 어김없이 깨어 온갖 상념과 분노로, 때로는 눈물로 아침을 맞이하고 너덜너덜해진 컨디션으로 직장으로 향했다. 퇴직을 할까? 아님 퇴직을 각오하고 국장한테 얘기할까? 혹자는 그가 하는 말을 녹음하라고 했다. 증거를 마련해야 국민신문고든, 노동청이든 고발할 수 있다고. 근데 그런 치밀하고 의도적인 행동은 내 성향과 맞지 않는다. 그렇게 하려면 스스로가 더 힘들고 스트레스받을 각오를 해야 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아직 고민 중이다. 

 

내 나이 오십이 넘었다. 이 직장에 오기전, 작은 사업도 하고 직장생활도 해보았다. 온갖 다양하고 죄질이 나쁜 사람들도 많이 겪어보았다. 그런데 '그'와 같은 부류의 캐릭터는 현실에서도 마주한 적이 없다. 그만큼 복잡하고  대하기 힘든 인격체였다. 그가 온 이후로 우리 부서는 무덤이 되었다. 그가 없으면 우리는 평소대로 대화하고 웃다가도 그가 나타나면 웃음이든 말이든 뚝! 멈춘다. 일동 긴장된 언행모드로 전환한다. 최대한 그가 없는 공간에 있을 기회가 되면 동료들은 한마음으로 억울함을 서로 토해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모두 병들거나 휴직을 해야 하거나 심지어 퇴직까지 생각했다. 한 직원은 그의 남편에게 잠들면 내일 눈뜨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까지 얘기해서 신랑을 놀라게 했단다. 하나같이 생업을 포기할 수 없어 버티고 있다.  그는 자신의 언행이 다른 직원들에게 얼마나 모욕적이고 모멸감을 느끼게 하는지 모르는 것 같다. 초등학생한테도 하지 않을, 아니 오히려 절대 하면 안 될 고압적인 태도로 우리가 얼마나 덜 떨어진 인간인지를 주입시키고 싶어하는 듯하다. 말투는 늘 싸늘한 명령조다. 

 

직위을 이용한 갑질은 직원들을 병들게 한다

 

그가 온 이후로 우리계 직원들이 토로하는 공통된 문제점이 있다. 그것은 자신이 그동안 옳다고 생각했던 업무지식이나 상식들이 이제는 옳은지 그른지 자신 있게 판단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사실은 자신이 해온 것이 옳음에도 불구하고 그가 주장하는 방식과 다르다는 이유로 매우 큰 잘못을 한 사람처럼 화를 내며 이것도 모르냐는 식으로, 해서는 안될 잘못을 한 사람 취급을 받게 된다. 그러니 점점 자신감을 잃게 되고 당황하게 되고 그가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낫겠다는 포기에 이르게 된다.

 

두 번째는 담당자로서 일에 대한 의욕이 없어진다. 자기 일에 대한 책임감이나 소명의식은 접고 포기와 체념을 버무린 감정으로 그가 시키는 대로 하려 한다. 이래도 혼나고 저래도 혼나니 대강해 놓고 혼나고 하라는 대로 하자는 것이다. 그에게 직원의 의지는 없다.  담당자의 의견 따위는 더욱 필요 없다. 모든 일을 자기 방식대로 해야 하고 자신의 문체대로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세 번째는 평소에 나름대로 해야 할 일을 생각하고 우선순위를 정해 잘해왔던 생각의 질서들이 다 무너져버렸다. 늘 일상처럼 잘해왔던 것도 잊어버리고 놓친다. 왜냐하면 출근하자마자 아니 출근시간보다 1시간 일찍 오는 날도 보자마자 그날 할 일을 몇 시까지 해놓으라고 명령을 하기 때문이다. 내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매일매일 하라는 일 숙제받는 아이가 된 기분이다. 그것도 자존감도 없고 비굴하고 눈치만 보는 그런 아이! 그러면 그에게 또 모욕적인 비난을 당한다. 그리고 그가 생각하는 대로 우리는 형편없는 직원이 되어 버린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 반복되고 있다.

 

네번째는 개인의 삶의 균형과 질서가 무너졌다. 매일 쌓이는 스트레스를 풀지 못하고 참다 보니 집에 가서는 가족들에게 짜증을 내고 밤엔 분노와 억울함 등 복잡한 감정으로 잠을 잘 이루지 못하게 된다. 집에 와서도 직장에서 생긴 나쁜 감정과 분노에 짓눌려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제 역할에 집중하지 못한다.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게 되었다.

 

계장은 단순히 모욕감을 주고 일일이 간섭하고 명령하는 것을 넘어선다. 평일에는 밤 9시, 10시, 때로는 새벽 2시까지 남아서 일하고 주말에는 거의 하루종일 사무실에 나와 있다. 문제는 직원들이 업무가 많은 날에는 남아서 일을 더 해야하는데도 불구하고 단지 그와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이 싫어 일하지 않고 퇴근한다. 그는 그렇게 평일에도 주말에도 남아서 모든 담당자들의 업무를 모든 담당자들보다 더 깊이 사소한 것까지 공부한다. 본인이 열심히 하겠다는 것은 칭찬할 만한 일이다. 아는 것을 부하직원에게 가르쳐 주는 상사는 이상적이다. 그러나 담당자가 충분히 스스로 판단하고 할 수 있는 일들, 해야 할 일들도 담당자의 의견은 있기나 한 건지 싶을 정도로 무시한다. 그냥 꼭두각시가 되어 그가 명령하는 일만 하는 반푼이가 되어가는 기분이다. 직장갑질! 이제 내게 현실이 된 이 문제를 어떻게 해야할까 고민이다. 인테넷에서 말하는 대로 정말 녹음을 하는 등의 증거수집을 해놓아야 할까? 아니 나는 그가 스스로 깨닫고 바뀌기를 기대해본다. 그러러면 우리도 노력을 해야할 것 같다. 조금씩이라도 표현하고 알려줘야 한다. 우리가 얼만큼 아파하는 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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